고전 산문, 칼럼42 위임의 성공학 [고전산문 263] 위임의 성공학 한국고전번역원 13-03-25 (월) 권경열 - 이백예순세 번째 이야기 위임의 성공학 격(格)이라는 것이 있다. 격에 맞지 않으면 실격이 된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직위를 가진 사람은 더더욱 격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말도 격에 맞게 해야 하고, 행동도 격에 맞게 해야 한다. 업무 수행도 격에 맞게 해야 하고, 마인드도 격에 맞게 가져야 한다. 고위직의 격은 얼마나 위임을 잘 했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서류 작성 같은 실무적인 일은 줄어들지만, 반대로 판단을 내려야 할 일은 늘어간다. 다양한 분야에 신경을 분산해야 하므로 자칫하면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 하위직이 할 일까지 일일이 간섭하다 보면, 그럴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신이 살펴보건대.. 2023. 1. 28.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17-09-21 (목) 한국고전번역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 긍선(亘璇, 1767∼1852), 『작법귀감(作法龜鑑)』 권하(卷下) ☑ 해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그리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생사에 대한 성찰은 삶의 태도, 지향과 직결된다. 그러니 이는 이른바 인문학의 핵심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에 불교 의례의 절차를 정리한 『작법귀감』에서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후술하였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불교적 답변, 그 내용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삶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 스러.. 2022. 12. 24. 찬사와 비평 사이에서 - 서문 찬사와 비평 사이에서 - 서문 [고전산문 486] 17-07-03 (월) 한국고전번역원 사백여든여섯 번째 이야기 : 찬사와 비평 사이에서 - 서문 ☑ 번역문 지난번에 보내 주신 문집(文集)의 서문을 받고 기쁘고도 감사했습니다. 이른바 문집의 서문은 어느 한 문집의 선구(先驅)인 것이며, 그 의미를 확대하면 작자가 쌓은 내공을 알려 주고 그것을 목적으로 삼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의 문집에 서문이 없을 수 없는 이유는 역시 이 때문입니다. …… 그대가 내 문집에 서문을 쓴 것에 대해 아무도 혐의쩍어할 자는 없습니다. 만일 공정하게 서문을 쓴다면 내 시문(詩文)의 경우에도 마땅히 눌러야 하고 높여서는 안 되고 또한 마땅히 물리쳐야 하고 올려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서문을 지.. 2022. 11. 26. 칭찬하는 이와 헐뜯는 이 칭찬하는 이와 헐뜯는 이 2014년 1월 21일 한국고전번역원 글쓴이 : 조경구 [고전의 지혜] 군자는 남의 착한 점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소인은 남의 나쁜 점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성공한 사람은 항상 남도 성공하기를 바라고, 실패한 사람은 항상 남도 실패하기를 바란다. 훌륭한 사람은 남의 장점 듣기를 좋아하고, 못난 사람은 남의 단점 듣기를 좋아한다. 여유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을 칭찬하고, 부족한 사람은 항상 남을 헐뜯는다. 君子喜揚人善 小人喜揚人不善(군자희양인선 소인희양인불선) 達人常欲人達 窮人常欲人窮(달인상욕인달 궁인상욕인궁) 吉人喜聞人長 庸人喜聞人短(길인희문인장 용인희문인단) 有餘者常譽人 不足者常毁人(유여자상예인 부족자상훼인) - 성대중 '질언(質言)' '청성잡기(靑城雜記)' ☑ 해설 윗글의 군자.. 2022. 11. 19. 가다가 쓰러지다 가다가 쓰러지다 2013년 8월 29일 (목) 한국고전번역원 글쓴이 : 오재환 - 이백열여덟 번째 이야기 가다가 쓰러지다 ‘중도이폐’란 기력이 다하여 몸이 쓰러져 죽음을 말한다. 半塗而廢者 力盡氣竭 身自崩頹而死也 반도이폐자 역진기갈 신자붕퇴이사야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 해설 위는 『논어』에 나오는 ‘중도이폐’에 대한 다산의 해석이다. 『논어』의 관련 구절은 다음과 같다. 염구: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힘이 부족합니다.” 공자: “힘이 부족하면 중도이폐한다. 지금 너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今女畫。”] 기존의 주석가들은 대부분 중도이폐의 .. 2022. 11. 12. 애장가(愛藏家)의 서벽(書癖) 애장가(愛藏家)의 서벽(書癖) 한국고전번역원 고전산문 2017년 10월 16일 (월) 글쓴이 : 부유섭 오백한 번째 이야기 애장가(愛藏家)의 서벽(書癖) ☑ 번역문 나는 특별한 버릇이랄 것이 없으나 책에 대해서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벽이 허물이 되는 경우가 다섯 가지 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책은 반드시 내가 빌리려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첫 번째다. 책 파는 사람을 우연히 보면 기어코 구하려고 구차한 짓도 피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다. 책 속에서 옛사람의 뛰어난 절조나 훌륭한 행동을 보게 되면, 나 자신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망연히 기운이 꺾이는 것이 세 번째다. 무릇 저술하는 것에 반드시 마음을 다하여 애써가며 한 글자 한 글자 .. 2022. 10. 29. 이상한 관상쟁이 이상한 관상쟁이 1. 관상쟁이 한 사람이 나타났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관상책을 보지도 않고, 관상법을 따르지도 않으면서 특이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었다. 그래서 ‘이상한 관상쟁이’라 불렸다. 귀족들과 높은 벼슬아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남에게 뒤질세라 앞다퉈 맞아들이거나 경쟁하듯 찾아가서 자기의 관상을 봐달라고 청하느라 법석이었다. 그런데 관상쟁이는 부귀하여 살집도 좋고 기름기가 낀 사람의 관상을 보고서는 “당신의 모습은 비쩍 말랐소. 당신처럼 천한 족속은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빈천하여 비쩍 마르고 허약한 사람의 관상을 보고서는 “당신의 모습은 살졌소. 당신처럼 귀한 족속은 드물 것이오!” 라고 말하였다. 장님의 관상을 보고서는 “눈이 밝다!”고 하고, 민첩하여 달리기를.. 2022. 10. 8. 안 되면 이름 탓 안 되면 이름 탓 한국고전번역원 고전산문 2019년 10월 30일 (수) 글쓴이 : 장유승 오백스물한 번째 이야기 : 안 되면 이름 탓 ☑ 번역문 나는 원래 가난하고 미천하다. 어떤 사람이 나를 찾아와 내 이름을 묻더니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름은 가난뱅이를 부자로 만들고 천한 사람을 귀하게 만들 수 있소.” 그러더니 나더러 이름을 바꾸라고 했다. 나는 옷깃을 추스르고 똑바로 앉아 말했다. “내 이름은 우리 할아버지가 지어준 것인데 내가 어찌 감히 고치겠소. 아, 가난하고 미천하다는 것 또한 스스로 반성해야 할 점이오. 내가 만약 선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부지런히 선행을 했다면 하늘이 반드시 복을 내리느라 겨를이 없었을 것이오. 하지만 내가 불초하고 형편없어 우리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신 .. 2022. 10. 1. 세상사는 맛 세상사는 맛 글쓴이 : 안대회 우리 집에 손님들이 모여 세상 살아가는 맛을 두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어떤 분이 그 맛이 쓰다고 말하자 어떤 분은 맵다고 말하고 어떤 분은 덤덤하여 아무런 맛이 없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맛이 달다고 한 분은 거의 없었다. 세상사는 맛은 하나이지만 그 맛을 보고서 제각기 자기 입맛대로 품평하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사람의 입맛은 하나이지만 세상맛은 다양하여 사람마다 제각기 한 가지 맛만을 느낄까? 그 여부를 나는 알 수 없었다. 오이 한 개는 지극히 작은 채소이다. 하지만 그 꼭지를 씹어 먹은 사람은 입맛이 쓰고, 그 배꼽 부분을 먹은 사람은 맛이 달다. 하물며 인간 세상은 크기 때문에 어떤 맛인들 갖추지 않았겠는가? 다만 이 가엾은 백성들의 삶은 한 가지 일 안에서 다.. 2022. 9. 24. 서소(書巢) 서소(書巢)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경서로는 《역경》·《서경》·《시경》·《논어》·《맹자》·《중용》·《대학》 대전(大全)이 모두 50책 있고, 역사서로는 《한서(漢書)》 3종 총 88책이 있으며, 제자서(諸子書)로는 《주자대전(朱子大全)》 60책이 있고, 문집으로는 《전당시(全唐詩)》 120책과 《고문연감(古文淵鑑)》 몇 책이 있다. 이 책들이 있는 서재에 편액을 걸어놓고 ‘서소(書巢)’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자 친구 한 사람이 이견을 말했다. “군자는 처신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름을 얻는 것에는 마음을 쓰지 않는다네. 자네는 서가 하나를 책으로 다 채우지도 못하면서 아득한 옛날의 육유(陸游) 선생에게 자신을 비유하였네.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자네는 어.. 2022. 9. 17. 문 틈의 달 문 틈의 달 한국고전번역원 고전산문 2019년 10월 23일 (수) 글쓴이 : 김경 오백스무 번째 이야기 : 문 틈의 달 ☑ 번역문 사방으로 통하는 길거리와 큰길 가운데에도 또한 한가함이 있으니, 마음이 진실로 한가하다면 어찌 반드시 강호에 있고, 산림에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내 집은 시장 근처라 해가 뜨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소란하고, 해가 지면 마을의 개들이 모여 짖어대지만, 나만은 편안하게 글을 읽는다. 때로 문을 나서면 사람들이 땀 흘리며 걸어가고, 말을 타고 내달려서 수레와 말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지만, 나만은 천천히 걸으며 소란 속에 한가함을 잃어 본 적이 없으니 이는 나의 마음이 한가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마음이 어수선하지 않는 자가 적으니 그 마음에 각기 꾀하는 일이 있어서이다. 장사하는.. 2022. 9. 3. 베개야 미안하다 베개야 미안하다 글쓴이 : 안대회 나무를 깎아 베개를 만들었다. 길이는 한 자 다섯 치, 폭은 다섯 치, 두께는 세 치였다. 그 베개에 머리를 고이고 누워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아주 편하게 잠을 잤다. 그렇지만 낮에는 베개를 밀쳐놓거나 던져버렸고, 어떤 때는 궁둥이를 받치고 걸터앉기도 했다. 그날 밤에 베개가 노기를 띤 얼굴로 꿈에 나타나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코를 골며 자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기둥을 뒤흔들어도 나는 괴로워하지 않았고, 그대의 쇳덩어리 같은 두개골과 두꺼운 이마가 산악처럼 무겁게 나를 짓눌러도 나는 힘들어 하지 않았으며, 그대가 침을 흘리고 땀을 쏟으며, 때와 기름기로 갈수록 나를 더럽혀도 나는 조금도 더러워하지 않았다. 이렇게 크나큰 수고를 베푸는 내게 그대는 되레 욕을 .. 2022. 8. 27. 이전 1 2 3 4 다음